산다는 것

남자 나이 50이 된다는 것

Patrick Lee 2009. 10. 23. 13:16

남자 나이 50이 된다는 것

 

방황의 20대 질풍노도의 30대를 지나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지도 어언 10

정말 내일 모레면 50이란 부담을 지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아침의 회사는 책상 앞에 딸랑 커피 한잔만을 안기고 왕따이다.

이 곳 저 곳을 기웃 거리지만 닝기리 저 마다 바빠 눈길하나 따스하게 주는 넘이 없다.

 

괜히 말을 걸어 보려고 농담을 해보지만 쳐다보는 넘들의 표정이

과속스캔들의 한쪽 입꼬리 올라 간 꼬마 넘 표정이다.

이대로 정말 뒷 방 늙은이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점심 식사 후 화장실 앞 큰 거울을 본다.

안경 속에 감추어진 눈가의 주름...역삼각형의 마초맨의 모습은 아니어도 가수 비의 王자 배근육은 없더라도

셔츠 사이로 삐져나온 똥배만 아니어도 좀 볼 만 하다

 

나에게 본디 개구리 유전자가 있었는 지

언젠가부터 볼록하게 솟은 이 넘의 아름다운 D-라인은

마누라 잔소리에 마지못해 나가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염병을 해보지만

도저히 들어갈 기미가 안보인다.

 

치유 불가능한 숏다리와  큰 대가리는 포기 하더라도 이 넘의 똥배는 조금만 노력해도

개선이 되리라 확신 하지만 그 조그만 노력이란게  정말 쉽지 않다.

 

 

 

얼마 전 담배를 끊었다.

3 여름부터 폼으로 시작 되었던 담배는 그렇게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나 싶었다.

공복시에 약간의 혈당 장애가 있었는 데 식후 두시간 후 혈당이 185

 

당뇨 초기란다담배를 끊어라는 의사 말에 쨉싸게 끊었다.

마누라는 내가 아무리 이야기 해도 안 듣더니 의사 말은 듣는 다고 또 잔소리..

 

생각보다도 쉬웠던 금연은 3달을 못 넘기고 다시 원위치..

이유는 심심해서다..그냥 외롭고 심심해서

괞히 3달 동안 마음고생만 했네ㅋㅋ

 

사실 담배 끊었다고 이리 저리 소문 내놓고 다시 피우니 쪽팔린다특히 얘들에게..

그래서 요즘은 숨어서 피운다..가장 체면이 말이 아니다.

 

 

슬픈 드라마를 자주 본다.

그냥 본다.이유는 홍콩 TV가 졸라 재미없는 것도 이유지만 드라마를 보며 자주 운다.

그냥 울며 눈물 닦고 우는 게 좋다

막장 드라마라고 해도 좋다.

마누라는 뭐가 슬프냐고 놀리지만 나는 그냥 슬프다.

 

슬픈 드라마(내가 생각 하기엔)를 보면 눈물이 그냥 난다

내가 살아 온 것 과 같지도 않은 데 왜 공감하고 눈물이 나는 지 모르겠다.

눈물도 전에는 스을쩍 닦았지만 요즘은 대놓고 닦는다..

대놓고 모두에게 나의 思秋期를 드러낸다

10월 말 지나가는 가을이 예전 같지 않게 왜 이리 조급함을 주는 지

닝기리 예전에 갖지 못했던 이 허전한 마음은 어디서 오는 지 나도 모르겠다.

 

 

지역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 살다보니 손님이 많은 편이다.

손님이 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2차로 갈 곳이 없어졌다.

한 동안 아니 아주 오랫동안 가라오케가 있는 곳(일명 룸살롱)을 주로 다녔는 데

 

요즘와서 이 곳도 재미 없다.맨날 부르는 노래는 싫증이 나 버렸다.

새로이 노래가 꾸준히 업그레이드가 되지만 요즘 나오는 노래는 왜 이리 따라 부르기도 쉽 지가 않고 외워지지도 않는 지.

 

남들이 내가 50이란 걸 눈치채지 않게 아니 내 나이를 아는 넘들에게는 적어도 젊게 산단는 걸 보여 주려고

그 넘의 말도 않되는 랩을 따라 부르르면 적어도 모터 5개쯤 달린 오토바이 엔진을 주둥이에 달아야 할 것 같다.

 

 

직업상 출장이 잦다.

이 나이에 일주일 이주일 걸러 출장을 다닌다.

예전에 다른나라를 가 본다는 건 설레임의 연속이었다.

이리저리 자료도 준비해서 일정도 짜고 상담 시간 쪼개어서 이 곳 저 곳 둘러도 보고

사진 찍어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어째튼 부지런을 떤 건 사실인 데

 

요즘은 출장가면 시작부터 다르다.

주말끼워 안가고 출장가면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저녁은 식사 후  2차도 가급적 no thank you!

일 마치고 호텔 들어 오면 잠들 때까지 컴으로 다운 받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 보다 잔다.

 

요즘 출장은 가는 날 비행기에서부터 집으로 돌아 가고 싶어진다ㅋㅋ

 

 

 

결혼을 성당에서 했다.

처가에 딸만 다섯인 데 하나라도 성당에서 결혾하는 걸 보고 싶다는 장모님의 부탁을 따른 것이다.

 

성당에서의 결혼식은 제법 뽀다구(?)도 나고

30분 간격으로 신혼부부를 쏟아내는 시골장터 같은 결혼식장 보다는 나름대로 좋았던 것 같다.

물론 비신자가 결혼식을 성당에서 하려면  절차가 좀 복잡하다.

한달간 교육을 받았던 것 같고 신부님께 신을 믿겠다는 약속을 했다.

 

허나 살아오며 이 핑계 저 핑계 성당은 마누라 데리러 간 것 외에는 없고

그리고 간 김에 마지 못해 마누라 옆에 앉아 보았지만 낯설고 불편했던 기억으로점 더 멀어진 것 같았는 데……

요즘 와서 괜히 마누라에게 이 것 저 것 성당에 대해 물어 보고 기웃거린다..

나이가 드니 몸도 마음도 약해져서 어디 큰 존재(?)에 기대어 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단지 그런 단순한 것 때문만은 아닌 듯.

 

 

 

기온이 30도를 넘나 들다가 홍콩은 요 며칠 째  26~7도로 괘청하다.

 

친구들이 보고 싶네나하고 같은 나이에 고민들도 비슷하겟지?

 

나는 왜 대한민국의 마산이라는 곳에 태어나 어찌 하여 이 곳 이역만리에 와서 50을 바라 보고 있을까?

갑자기  든 이 황당한 질문은 어디가서 답을 찾노?

이 나이이면 무거운 짐을 하나 둘 내려 놓아야 하는 시기인 걸로 아는 데 점점 짐이 더 쌓이는 느낌이 드니  이 걸 우짜노?

 

 

 

 

 

 

또 돌아오는 생일을 앞에 두고 몇 자 올려본다..